태종은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남다른 국제 감각을 갖고 있었다. 박헌모 박사는 조선 왕조에서 외교를 가장 잘한 사람으로 주저 없이 태종을 꼽았다. 태종의 방식은 한마디로 ‘선발제지(先發制之)’인데 이는 ‘먼저 나서 사태를 제압한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말은 정도전을 제거할 때를 회상하면서 태종이 쓴 표현이다. 실제로 그는 탁월한 정보력으로 사태를 파악한 다음,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귀재였다. 이 방식은 명나라 황제 주원장(朱元璋)을 만났을 때부터 발휘되었다. 『태조실록』 태조3년 11월에 이방원이 중국에 가서 명 태조 주원장을 만나고 돌아왔음을 전한다. 이방원은 태조 3년 6월 즉 주원장을 만나기 5개월 전 명나라의 수도 난징(南京)행 길에 올랐다. 조선 외교문서의 용어를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