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의 반격은 생각보다 빨랐다. 장옥정이 아들을 낳은 다음해인 1689년 1월, 숙종은 신하들 앞에서 왕자의 명호를 정하겠다고 밝힌다. 새로 태어난 왕자를 ‘원자(元子)’로 삼겠다는 것으로 장옥정의 아들이 태어난 지 단 4개월 후다. 원자는 상속권, 즉 왕위계승권을 가진 임금의 맏아들을 뜻한다. 조선시대 왕의 장자는 통상 2〜3살에 원자가 되고, 7〜8살에 세자로 봉해져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그런데 태어난 지 두어 달밖에 안 된 갓난아기에다 그것도 궁녀 출신 후궁의 소생을 원자로 삼겠다니 그야말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서인들이 벌떼와 같이 일어났다. 서인이 가장 크게 반발한 것은 당시 인현왕후가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이므로 앞으로 임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광해군이 세자로 책봉된 다음에 선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