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왕후에 대해 잘 알려져 있는 것은 함흥차사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 태조가 함흥에서 돌아올 때 태종이 직접 교외로 나가서 태조를 맞이하려 하자, 하륜 등이 말리면서, 태조의 진노가 아직 다 풀어지지 않았으니 모든 일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큰 장막을 받치는 굵고 높은 기둥을 많이 세우게 하라고 조언하였다. 태종이 이를 허락했는데 태조가 태종을 보고 별안간 활을 쏘자, 태종은 급히 순간적으로 기둥 뒤로 몸을 피해 화살은 기둥에 꽂혔다. 그러자 원경왕후 민씨가 화려한 대례복을 입고 나타나 태조에게 큰 절을 올린 후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 너무도 오래 고생하셨습니다. 사냥을 즐기시는 줄 잠깐 잊어 준비가 없사오나 남은 화살이 있으니 다시 한 번 쏘아보십시오.’ 난데없이 태상왕이 활을 쏘는 바..